중국산 공세·냉방용품 보급으로 인기 시들… 담양군, 현황도 모른 채 ‘보여주기 행사’ 준비 집중
대나무의 고장 담양의 죽제품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던 업주가 경영난을 못 이겨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2일 전남 담양군에 따르면 담양에서 100여가구가 죽제품을 생산하고 판매소는 28개다.
이 가운데 ‘개점휴업’한 곳도 다수여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판매소는 15곳 안팎이라고 군은 밝혔다.
1970~80년대 5일마다 죽물시장이 들어서고 수십여개 매장이 번창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죽제품의 쇠락은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와 에어컨 등 냉방용품 보급 확산 영향이 컸다.
아파트 등 집집이 나무소재 바닥을 사용하고 에어컨을 들여놓으면서 죽부인, 대자리, 부채 등 여름나기용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담양읍 대나무박물관 상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유영춘(57)씨는 “딸이나 며느리를 데리고 온 손님이 바구니라도 하나 사주려 해도 플라스틱에 익숙한 세대는 거부한다”며 “생활필수품이 관광상품으로 용도가 바뀌었으니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가게를 넘기고 싶어도 쌓아놓은 재고를 인수할 사람이 없다고 유씨는 털어놨다.
대나무의 고장을 자처하면서도 관련 산업의 쇠락에 손 놓고 있는 담양군의 행정을 비판하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군은 몇 곳 되지 않는 죽제품 매장수와 매출액 규모도 파악하지 못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설문하듯 현황을 조사하는 실정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실태 조사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라도 추이를 면밀히 분석할 수 있도록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담양군민 박모(47)씨는 “포기할 수 없는 지역 상징산업이라면 시장 상황 핑계를 대기만 할 게 아니라 회생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죽제품 매장 업주가 죽음을 고민할 만큼 경영난에 허덕이는데 군은 무슨 명분으로 내년 세계 대나무박람회를 준비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8시 30분께 담양군 한 죽제품 판매점에서 업주가 경영난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