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공 뚫렸는데…취미 무인기는 멋대로 난다

수도권 상공 뚫렸는데…취미 무인기는 멋대로 난다

입력 2014-04-02 00:00
업데이트 2014-04-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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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들 “수준 높아져 못 날릴 곳 없다”…관리 사각지대

북한 제품으로 잠정 결론 난 무인기가 일주일 간격으로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동호인들의 무선조종(RC) 비행기 취미활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날릴 수 있는 등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와 경복궁 등 서울 중심부를 사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된 파주 무인기 사례로 ‘수도권 방공망’의 허점이 확인되며 무인기가 또 다른 안보 위협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이들의 취미비행을 관리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동호인들은 “단순 취미 수준을 넘어선 실력자급 동호인들이 느는 추세”라며 “파주 무인기 같은 운영방식을 택한 취미 비행도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비행기에 카메라가 아닌 위험 물질을 실으면 곧 무기가 될 수 있다”며 “무인비행 자격제도나 비행기 등록제를 도입해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무인 항공기, 무인 헬리콥터 등을 취미로 날리는 RC 비행기 동호인은 약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했다.

2일 현재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RC 비행기’ 관련 카페는 무려 600여 곳이 넘는다.

이전까지는 제작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려웠지만 값싼 중국산 자재가 보급되기 시작하며 취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 중에서 알바트로스비행클럽과 RC독립군 두 곳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호회로 꼽힌다.

국제 글라이더대회에 참가하는 수준급 동호인들도 1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눈으로 보고 무선조종하는 비행(시계비행)이 가장 많다.

최근에는 영상 송수신 장치를 달아 조작자가 지상에서 모니터를 보며 1인칭 시점으로 실제 조종하듯이 하는 비행(FPV)이 동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FPV는 시야를 벗어나도 비행이 가능해 150km 이상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파주 무인기처럼 컴퓨터로 컨트롤러에 각종 비행정보를 입력하는 자동항법장치를 단 경우는 동호인 중에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여객기나 헬리콥터 형태가 주종이며 스텔스기를 본딴 삼각형태도 없다.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날리는 걸 눈으로 보는 재미로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라 취미 목적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적 수준으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수준급 동호인이라면 파주 무인기 수준의 비행이 가능하다는 게 동호인들의 전언이다.

RC 동호인들은 보통 외곽의 강 둔치나 넓은 운동장 등 비교적 한가한 곳에서 취미를 즐긴다.

헬리콥터는 수직 이륙하지만 바퀴가 달린 무인기는 활주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맘만 먹으면 수도권 어느 곳에서도 날릴 수 있다.

15년 넘게 RC 비행기를 날렸다는 박모(30)씨는 “국내 동호인들 중에서 마음만 먹으면 청와대든 미군부대든 어디에라도 아무런 제지 없이 비행기를 날릴 수준까지 오른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술력은 이미 갖췄기 때문에 어떤 위험한 목적을 갖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사전에 위험 요소를 차단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상 장비를 달고 청와대 인근과 한강 이북지역에서 무인 비행을 하는 경우 전파법과 항공법에 저촉을 받는다.

청와대 등 주요 시설이 있는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행하려면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사전 신고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인들은 “실제 신고 절차를 모르는 동료들이 더 많다”며 “비행금지구역 이외 지역에서 비행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후 처분밖에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무인기의 경우 크기와 비행 고도가 군의 감시 레이더망을 벗어나 있어 적발이 어렵다.

또 사후 적발에만 의존하는 경우 작전헬기 출동 등 군 전투력 소모가 불가피하고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수도권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광화문광장 상공에서 방송용 촬영을 하려던 무인 헬리캠이 격추당할 뻔했다.

앞서 4월에는 서울 용산 효창공원에서 무인 헬기 1대가 시험 비행을 하다가 군 헬기가 격추사격을 위해 출동하고 합동조사팀이 조종자를 검거한 사례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당국에 사전 신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RC 비행기는 총기처럼 등록하게 해 소유주를 분명하게 하거나 무인비행 자격제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씨는 “동호인들 수가 늘어나면서 위험한 생각을 가지거나 위험한 제안을 받는 사람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며 “자신의 비행기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취미 활동은 보장하되 위법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항공대 배재성 교수는 한국RC연합협회에 올린 글에서 “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취미로 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니 비행장을 확보해주면 동호인들 스스로 규칙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또 “이외의 지역에서 비행은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상공 비행관련 문의 사항은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 화력과(☎02-524-3410∼3413)로, 불법 관련 신고는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작전통제소(☎02-524-0310∼0313)로 각각 전화하면 된다.

한편 정부는 이번 파주·백령도 무인기 발견을 계기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아닌 다른 출처의 항공기, 소형 무인항공기라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중앙합동조사가 종료되면 국가안보실 주관으로 관련 기관, 국방·합참본부·수방사 등이 합동으로 회의해 대비책을 발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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