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밝혀진 ‘전직 국회의원 비서 살인사건’

10년 만에 밝혀진 ‘전직 국회의원 비서 살인사건’

입력 2014-04-02 00:00
업데이트 2014-04-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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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 제보로 변사사건이 강도살인 사건으로 판명

2000년 설립 인가를 받은 경기도 부천 모 아파트의 재건축 조합장 A(59)씨에게 조합 감사 B(당시 45세)씨는 가시 같은 존재였다.

1991년부터 2004년까지 국회의원 3명의 비서와 정책실장을 지낸 B씨가 회의 때마다 번번이 딴죽을 거는 탓에 조합장 체면이 구겨진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조합비 지출 등 조합 운영 문제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혔다.

어느 날 B씨가 조합 이사회 회의에서 ‘무능하다’며 A씨에게 조합장을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A씨는 평소 자주 찾던 게임장 직원 C(47)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주고 검은 거래를 제안했다.

’B씨가 조합 회의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강도로 위장해 B씨를 폭행하라고 지시했다. B씨의 얼굴 사진, 집 주소, 귀가 시간 등도 미리 알려줬다.

2004년 5월 11일 C씨는 태권도 유단자인 친구(39)를 끌어들여 B씨의 집 앞에서 잠복했다. 이들은 오후 9시 10분께 조합 회의를 마치고 귀가하던 B씨가 아파트에 나타나자 둔기로 머리를 2차례 때려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뒤 달아났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B씨의 생일이었다.

B씨는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0일 뒤 심정지에 의한 뇌손상으로 결국 숨졌다.

당시 경찰은 B씨와 평소 갈등을 빚던 A씨를 의심하고 범죄 연관성을 수사했지만 치밀한 A씨의 사전 준비를 알아채지 못했다.

A씨는 C씨가 범행을 저지를 시각을 계산한 뒤 인터넷에 접속해 온라인 게임을 했다. 범행 당시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의도였다.

부검의도 두개골 골절보다는 관상동맥 경화로 흔히 일어나는 심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건 현장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깨진 돌멩이가 발견됐지만, 사건을 맡은 경찰은 감식 의뢰를 하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유족도 당시 타살 가능성에 대해 의심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가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나와 냉가슴만 앓았다”며 “당시 철저하게 수사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10년 전 단순 변사로 종결된 사건은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한 재소자에 의해 살인 사건으로 판명됐다.

검찰은 올해 초 ‘C씨 등 2명이 돌로 재건축조합 감사의 머리를 때려 살해했다’는 제보자의 진술을 확보한 뒤 B씨의 변사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A씨의 통장 거래 내역을 파악해 C씨에게 현금이 넘어간 흔적도 찾아냈다.

인천지검 강력부(정규영 부장검사)는 평소 갈등을 빚던 지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강도살인)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또 A씨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C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B씨가 사망한 뒤 혼자 딸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족을 위해 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생계비 1천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른 유족지원금도 알아봤지만 사건 발생 후 최대 5년인 청구기간이 이미 지나 불가능했다”며 “그래도 유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 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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