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드려요” 서울대 총학선거 투표율 높이기 안간힘

”꽃 드려요” 서울대 총학선거 투표율 높이기 안간힘

입력 2014-04-03 00:00
업데이트 2014-04-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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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세요. 꽃을 드립니다.”

지난 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남녀 구분없이 장미꽃을 한 송이씩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진행 중인 제56대 총학생회 재선거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재선거관리위원회는 매일 장미꽃 1천 송이를 주문, 선거가 진행되는 4일간 총 4천 송이를 투표자에게 나눠주고 있다. 부산의 도매시장에 직접 주문해 배달되는 꽃의 가격은 한 송이당 300원이다.

서울대에서 이른바 ‘대가투표’는 올해가 처음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3일 “’선거는 민주주의는 꽃’이라는 의미로 꽃을 나눠주기로 했다”며 “투표에 관심 없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매년 가을 치러지는 총학생회 선거에서 작년까지 11년 연속 선거 성사기준인 투표율 50% 미달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며 무산됐다.

대학자치 위기론 속에서 저조한 투표율을 어떻게든 올려보겠다는 고민 끝에 나온 묘책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투표를 마치고 꽃을 고르던 권대욱(중문과 09학번)씨는 “여자친구에게 주려고 한다”며 “지나는 학생들도 꽃을 보고서는 우르르 몰려와 투표하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지(사회학과 11학번·여)씨는 “꽃 때문에 투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모(수리과학부 10학번)씨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의사표시인데, 선거과정에 대가가 들어가면 고유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300원짜리 투표의 ‘대가’라기보다는 선물 그 자체나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라는 뜻을 전달하는 ‘매체’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와 함께 작년에는 전자투표로만 진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현장투표를 병행해 투표를 독려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오히려 학생들이 투표기간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정도로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3일까지 재선거에서도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3일간 연장투표를 실시한다. 그래도 미달하면 총학생회 없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가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마감을 하루 앞둔 2일까지 투표율은 37.7%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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