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 소음과의 전쟁’ 선포…과잉 규제 우려

경찰 ‘집회 소음과의 전쟁’ 선포…과잉 규제 우려

입력 2014-04-15 00:00
업데이트 2014-04-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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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피해 줄일 것” vs “대규모 집회 제한 우려”

서울 경찰이 15일 소음관리팀을 출범시키고 기준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는 집회·시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자 이를 환영한다는 의견과 과잉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열린 소음관리팀 발대식에서 수백 명의 의경을 동원, 대규모 집회에서 활약하는 소음관리팀의 모습을 재연까지 하며 집회·시위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확성기를 빼앗는 등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는 엄격한 요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과잉 규제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경찰 600명 동원한 대규모 집회 ‘이례적’ 재연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앞마당.

붉은색 두건, 마스크를 한 운동복 차림의 청년 300여명이 하늘로 주먹질하며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청년들의 함성, 고함, 앰프 차량에서 터져 나오는 투쟁가 소리 등으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30여미터 떨어진 곳에 설치된 소음측정기는 93db을 가리키고 있었다.

경찰은 주간 소음기준인 80db을 초과했다며 확성기 소리를 줄일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결국 확성기 등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현장조치팀을 투입, 콘솔박스 등 음향장비를 빼앗는 ‘일시보관’ 조치를 강행했다.

청년들은 음향장비 사용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집회 물품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며 더 강하게 시위대를 압박했다. 이어 “극렬 시위대 3명을 검거했다”는 방송과 함께 경찰이 ‘콘솔박스 일시 보관 조치’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 모든 상황은 소음관리팀 발대식 사전 행사로 열린 일종의 재연 행사였다.

300여명의 소음관리팀은 소음유지 명령,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 확성기 등 일시보관 조치 등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불법 집회 참가자 역할을 한 의경 300여명을 진압했다.

떠들썩한 시연 행사는 기동본부 앞을 지나던 시민에게도 볼거리가 됐다.

정문 앞에서 재연을 지켜본 한 시민은 “실제 기동본부 안에 시위대가 들어간 줄 알았다”며 “재연을 하겠다는 뜻은 알겠는데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소음과의 전쟁’…환영 vs 과잉 규제

경찰의 소음관리팀 출범에 대해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건전한 시위문화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하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다른 일부 단체는 과잉 규제로 흐를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시위에서 사용되는 확성기는 도심이든 주택가든 시민에게 소음이다”라며 “지금까지 집회 소음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였는데 소음관리팀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집회를 할 권리도 있지만 집회 탓에 피해를 보는 누군가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소음관리팀 출범을 계기로 집회·시위 문화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소음 단속 과정에서 경찰에 지나치게 많은 재량이 허용돼 과잉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시위 주최자가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확성기 사용 중지를 명령하거나 확성기 일시보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장 단속 절차도 이 조항에 근거해 마련됐다.

하지만 법에는 확성기 사용중지나 일시보관 조치를 할 수 있는 요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경찰의 재량으로 단속 조치가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집시법 시행령에 규정된 소음 기준은 집회 규모라는 변수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아 현행대로라면 상대적으로 소음이 클 수밖에 없는 대규모 집회는 대부분 경찰 단속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한 변호사는 “확성기 일시보관 조치 등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며 “집회의 자유는 피해자의 권리보다 더 상위에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소음도를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의 경우 소음을 측정하는 피해 장소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굳이 별도 소음기준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모든 집회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소음을 측정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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