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 교정대상 수상자] │대상│ 임양빈 천안교도소 교위

[32회 교정대상 수상자] │대상│ 임양빈 천안교도소 교위

입력 2014-06-20 00:00
업데이트 2014-06-20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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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아픈 사연 보듬기 38년 벌금 대신 내줬던 따뜻한 이웃

“저보다 훌륭한 교도관이 많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으니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까지 합니다.”

제32회 교정대상 대상을 받은 임양빈(57) 천안교도소 교위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교도관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려 노력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기쁨보다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또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로서는 ‘0점짜리 가장’이었다며 수상의 영광을 동료와 가족들에게 돌렸다.

범죄를 저질러 사회와 격리된 공간에 모인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는 그저 수용자의 사회 복귀와 교정 환경 개선에만 집중할 뿐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주변에 털어놓지 않는 성격이다. 그는 38년 교정 생활의 결과로 ‘큰 상’을 받고서야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놨다.

“제가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리 넉넉하지 못한 형편 속에 커서 그런지 어려운 이웃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더라고요. 돈이 없으니 마음을 담은 말 한마디 전하는 게 다였지만,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 아닐까요.”

이런 마음을 담아 그가 택한 직업이 교정공무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를 앞둔 1976년 응시한 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1월 임용돼 공주교도소에 부임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회에서는 ‘범죄자’로 낙인 찍힌 이들이었지만 그에게는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동생이며 형들이었다. 그는 지금은 금지됐지만 당시 가능했던 1984년 서신 검열 담당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수용자가 외부와 주고받는 편지를 뜯어 내용을 확인하던 때였는데 한 수용자가 누나에게 ‘벌금 30만원을 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형편이 어려운 누나가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쓴 내용이 들어 있는 거예요. 서신 검열이 제 일이라 내용을 쭉 읽어 봤는데 제가 봐도 너무 딱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엔 큰돈이었지만 제가 대신 내준 적이 있어요.”

그는 특히 어린 나이의 실수로 들어온 소년수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2004년 천안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은 소년수와는 지금도 서로 안부를 묻고 가끔 만나 식사도 함께 한다.

“남자들은 10대 후반에 혈기가 왕성하고 반항심도 커서 자칫 사회에서 정한 도를 넘기도 하잖아요. 교도소에서도 반항심 넘치던 아이가 지금은 건실한 사업가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그게 그렇게 고맙고 이 직업이 주는 최고의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4-06-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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