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은 능력’ 렌즈 제작업체 광고 장애인 비하 논란

‘시력은 능력’ 렌즈 제작업체 광고 장애인 비하 논란

입력 2014-06-29 12:00
업데이트 2014-06-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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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차별, 인권위 진정”…제작사 뒤늦게 문구수정 작업

‘시력은 능력이다’라는 카피를 내건 한 안경 렌즈 제작업체의 광고를 두고 장애인 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단체와 시각 장애인들은 이 광고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다음 달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열차 내부 광고판에 ‘시각은 능력이다’는 헤드라인의 광고를 걸었다.

광고에는 ‘정보의 약 80%는 시력을 통해 얻는다 / 학습의 약 80%는 시력에 의해 좌우된다 / 보이는 만큼 보는 만큼 나의 능력은 커진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이하 장애누리) 김철환 활동가는 “업체 논리대로라면 노화로 시력이 퇴화하는 것을 능력의 감소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저시력장애인 등 시각장애인도 무능력자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인간을 기계적으로만 바라보고 노화에 의한 시력저하나 시력이 저하된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함께 사회적 차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와 시각장애인들은 해당 업체에 광고를 철회하고 노인과 시각장애인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광고에서 장애인을 일반인과 분리하고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진정이 들어오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를 직접 행하거나 그러한 광고를 허용·조장하는 경우’를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한 달간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던 광고 제작사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급히 문구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제작사 측은 “맞춤형 렌즈라는 제품의 성능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뿐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뜻은 없었다”며 “카피를 변경해 새 광고로 교체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선 2012년에는 한 보청기 업체가 일간지에 ‘청력은 능력’이라는 광고를 실어 장애인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당시 한 청각장애인이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넣었고, 업체는 공개사과문을 발표했다.

작년 12월에는 ‘벙어리 영어는 가라!’는 문구를 게재한 영어학원 광고에 대한 인권위 차별 진정이 제기돼 업체 측이 시정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제품의 성능이나 효과를 강조하려다 보니 무리한 표현을 쓰는 것 같은데 대부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면 곧바로 시정조치를 한다”며 “인식의 부족이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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