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기 본뜬 남성용 자위기구 ‘음란물 꼬리표’ 떼나?

여성 성기 본뜬 남성용 자위기구 ‘음란물 꼬리표’ 떼나?

입력 2014-07-28 18:01
업데이트 2014-07-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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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기를 본뜬 남성용 자위기구가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2003년 5월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10여 년 동안 음란물로 간주된 이 자위기구가 음란물이라는 꼬리표를 사실상 떼게 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용품 판매점에 이 자위기구를 진열한 혐의(풍속영업규제법 위반 등)로 기소된 A(52·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자위기구가 사회통념상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고, 법리오해 내지는 사실오인의 위법도 없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 13개를 진열했다가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되자 무죄를 주장하며 지난해 8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 열린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A 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고, A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열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청주지법 형사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당시 “남성의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위해 여성 성기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는 음란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개인이 이런 기구를 구매해 활용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하고,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성문화가 한층 발전한 시대상에 반한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동안 이 자위기구가 음란물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여성의 성기와 얼마만큼 닮았느냐에 따라 달랐지만, 2003년 5월 대법원 판결 이후 음란물로 굳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받은 한 성인용품 판매 업주에 대해 “여성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한 자위기구를 진열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판례를 바꾸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은 지난 6월 A 씨처럼 여성 성기를 본뜬 남성용 자위기구를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용품점에 진열·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B(4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이 재판부는 “이 사건 물건은 비록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준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보기 어렵고,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욕을 흥분시켜 수치심을 해치는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성기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라고 해서 무조건 음란물로 취급해 단속하는 수사방식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 성기 모양을 본뜬 여성용 자위기구는 대법원이 2000년 10월 “남성 성기를 연상케 한다는 정도만으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음란물에서 제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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