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 대청호 연안 주민 발도 묶었다…유일한 교통수단 뱃길 막혀

최악의 가뭄, 대청호 연안 주민 발도 묶었다…유일한 교통수단 뱃길 막혀

입력 2014-08-12 00:00
업데이트 2014-08-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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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내려앉아 옥천 오대리 등 2곳 선착장 무용지물

대청호와 높은 산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은 요즘 마을 밖을 출입하는 게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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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으로 대청호 수위가 크게 내려앉으면서 12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마을 앞에 설치된 옛 취수탑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곳은 1992년까지 옥천군이 상수도 원수를 취수하던 곳이다.  연합뉴스
극심한 가뭄으로 대청호 수위가 크게 내려앉으면서 12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마을 앞에 설치된 옛 취수탑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곳은 1992년까지 옥천군이 상수도 원수를 취수하던 곳이다.
연합뉴스
극심한 가뭄으로 호수의 수위가 내려앉으면서 바깥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교통수단인 뱃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7가구 14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은 댐이 들어선 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지원해준 2.5t짜리 철선을 이용해 호수를 넘나들면서 생활해왔다.

그러나 봄부터 이어진 최악의 가뭄은 마을 앞 선착장의 콘크리트 접안시설을 땅 위로 노출시켰고, 호수는 바닥까지 드러내면서 뱃길이 막힌 상태다.

주민들은 급한대로 이곳에서 300여m 떨어진 수심 깊은 곳에 임시 접안시설을 설치해 가까스로 배를 띄우고는 있으나, 평소 1.5㎞에 이르던 운항구간은 5분의 1로 줄어든 상태다.

이 때문에 배에서 내린 주민들은 뙤약볕을 받으며 1㎞가 넘는 호수 유역을 걸어다니는 불편을 겪고 있다.

뱃사공인 박재희(65)씨는 “배가 오가려면 적어도 수심 50㎝ 이상은 유지돼야 하는 데, 선착장 부근은 어른 발목 높이만 물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이 마을에 들어온지 4년이 넘도록 처음 겪는 가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마을서 축산업을 하는 조병복(61)씨는 사정이 더욱 딱하다.

15마리의 한우사육에 필요한 사료 30포대씩을 열흘마다 배로 들여오는 데, 임시 접안시설에는 경운기나 손수레가 닿지 않아 일일이 어깨로 지어나르고 있다.

조씨는 “지금 상태라면 소를 출하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되풀이되는 교통불편을 해소하려면 노후된 선착장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인접한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 맥기마을 주민들도 바닥을 드러낸 호수 유역이 하루가 다르게 늘면서 배 운항거리가 점차 짧아져 불편을 겪고 있다.

이수길(72) 이장은 “만수위에 비해 지금은 운항거리가 1㎞ 넘게 줄어든 상태”라며 “뱃길이 짧아지면서 주민들은 그만큼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마을 주민들의 교통불편은 겨울에도 이어진다.

추위로 수면이 얼어붙으면 배를 띄우지 못해 고립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오대리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12월부터 뱃길이 막히는 바람에 한달 넘게 얼음판 위를 맨몸으로 걸어다니는 ‘아찔한 외출’을 했다.

보다 못한 옥천군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4억원을 지원받아 이들 마을에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Hovercraft) 1척씩을 지원해주기로 한 상태다.

옥천군청의 이영호 내수면팀장은 “얼음판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공기부양정이 도입되면 겨울철 교통불편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가뭄 등에 대비하려면 접안시설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청호 유역에는 평균 491㎜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81년 댐이 들어선 뒤 33년 동안 1∼7월 평균 강수량(767㎜)의 6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12일 댐 수위는 65.4m로 만수위(80m)를 크게 밑돌고, 저수율도 39.2%(계획 저수량 14억9000만t 중 5억8300만t)까지 떨어진 상태다.

대청댐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댐 수위는 크게 낮아졌지만, 하류지역 용수공급을 위해 초당 47t씩 방류하고 있다”며 “저수량 확보를 위해 비가 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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