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찰 간부 자살로 드러난 경찰조직의 민낯

광주 경찰 간부 자살로 드러난 경찰조직의 민낯

입력 2014-08-15 00:00
업데이트 2014-08-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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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동료애’ 위협하는 ‘파벌·비방·정실 인사’

불공정 수사 의혹에 부담을 느낀 광주지역 경찰 간부의 자살로 경찰 조직문화의 치부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시선, 주변인들의 시선이 정말 (참기 어려울 만큼) 따갑습니다.”

지난 14일 숨진 A(50) 경감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의 발단이 된 화물차 불법 증차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하는 검사에게 남긴 편지의 내용이다.

A 경감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일부 팀원과 화물업자의 결탁, 음해에 따른 내부 고발에서 의혹이 불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자신을 무고했는지, 사실과 다른 조사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렸는지 조사해달라고 검사에게 호소했다.

비위행위가 실제 있었는지를 떠나 직원들 간 반목질시가 A 경감을 죽음으로 내 몬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광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파벌싸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A 경감은 정실에 좌우되는 인사 문제도 거론됐다.

그는 유서에서 “저는 고졸입니다. 그래서인지 시험승진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진급할 수 있는 특진의 길이 열려 있지만, 경찰의 심사승진은 그렇지 않대요”라며 “’빽’은 필수요, 일을 잘해도 필수 지참금이 있어야 하는 것이 경찰의 실상”이라고 꼬집었다.

A 경감은 평소 “나는 승진과는 무관한 사람”이라며 승진에 초월한 듯한 인상을 풍겼지만, 실상은 ‘강요된 포기’였던 셈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지난 7월에도 전남 진도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승진 탈락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놓다가 투신자살했다.

승진 문제가 A 경감 사망의 본질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차제에 인사 체계와 경찰 조직문화 전체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의 한 경찰관은 15일 “현장에서 함께 뛰는 경찰관들이 의리나 동료애로 잘 지내지만, 이면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직원 수가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서로 감싸기보다 남을 딛고 일어서려는 모습이 눈에 띄어 아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퇴직한 전직 경찰관은 “과거에는 가까이 지내는 동료·선후배가 아니더라도 같은 경찰관끼리는 이해하고 챙겼다”며 “두각을 나타내면 뒤에서 깎아내리고, 어려움에 부닥친 직원을 불신이나 낙인으로 더 고립시키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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