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주·야 교대근무하다 심장병…법원 “산재 인정”

27년 주·야 교대근무하다 심장병…법원 “산재 인정”

입력 2014-08-17 00:00
업데이트 2014-08-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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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리듬 역행하는 근무 형태 고려해야” 산재 인정범위 넓힌 고용부 고시 적용

주·야간 교대 근무를 오랜 기간 하다 근로자가 병을 얻었다면 갑작스러운 과로가 아닌 일상적인 수준의 업무 중이었어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정지영 판사는 박모(53)씨가 “요양 급여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1985년 10월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박씨는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했다. 부품 세팅, 용접을 하는 일에서 시작해 경력이 쌓인 뒤에는 다른 근로자를 관리하고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때 대응하는 총괄 업무를 맡았다. 근무는 주·야간 2교대로 돌아갔고, 밤낮이 수시로 바뀌는 생활은 꼬박 27년간 계속됐다.

그러던 중 2012년 9월 이씨는 공장 안에 있는 체력단련장에서 쓰러졌다. 원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심장이 갑자기 멈춰 저산소성뇌손상까지 왔다.

이에 박씨는 같은해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업무량이 갑자기 증가한 것도 아닌데 박씨가 과로를 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실제 박씨가 쓰러지기 전 3개월간 주 근무시간은 50∼60시간으로, 늘 해오던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 판사는 장기간 계속된 주·야간 교대근무의 특수성을 고려했다. 신체 리듬을 깨뜨리는 근무 환경이 병을 불러왔다는 판단이었다.

정 판사는 “27년 동안 해온 교대근무는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고 신체에 많은 부담을 주는 근무 형태”라며 “근무 절반을 야간에 한 박씨는 스스로 업무를 조절하거나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박씨가 급성심근경색에 취약한 50대 중년이기는 하지만 만성피로와 스트레스가 발병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요양 급여를 주지 않기로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은 지난해 7월 시행된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라 산재를 보다 폭넓게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고시는 업무와 질병 간 관련성의 인정 기준을 ‘주 근무시간 60시간 초과’로 하되 이를 넘지 않더라도 ‘주·야간 교대 근무는 주간 근무에 비해 더 많은 육체·정신적 부담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시행 전 급여를 신청한 사람에게도 이 고시는 적용된다”며 “산재 인정 기준을 완화한 고시의 제정 취지에 따라 근로자의 권익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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