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독거노인 비참한 10만명

치매 독거노인 비참한 10만명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7-03-29 23:02
업데이트 2017-03-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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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보호 연계 시스템 없고 협회 후견신청 전국 9명뿐

경기 부천에 사는 독거노인 김모(84) 할머니는 2015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주민센터 독거노인 관리팀에서 김 할머니를 만난 결과 1시간 전에 일어난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로 증세는 점점 심각해졌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지만 돌봐 줄 가족이 없어 방치하는 비참한 생활이 계속됐다. 보다 못한 주민센터는 일상생활에서 김씨를 돌봐 줄 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민간기관인 한국치매협회에 후견문의를 했다. 협회는 김씨에게 주민 2명을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법원에 임의후견을 신청했다.
전남의 요양원 대표 이모(52·여)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무연고 노인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노령연금 등 3200만원을 빼돌리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제3자는 본인 동의 없이 통장에서 돈을 꺼낼 수 없지만 노인들이 치매 등을 앓으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최근 독거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치매까지 겹친 독거노인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연계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최근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면서 2015년 1인 가구의 27.3%인 137만명으로 급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정한 치매 유병률 7.5%를 단순 적용할 경우 치매 독거노인은 약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치매 독거노인 등과 같이 질병이나 장애, 노령을 이유로 생활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후견인을 미리 지정하고 후견계약을 체결한 뒤 변호사 공증을 거쳐 법원에 등기하는 임의후견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은 노인의 재산 등을 보호하기 위해 따로 후견감독인을 지정해 이중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치매 독거노인 발굴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현재 치매협회에 후견 지정을 신청하고 대기하는 노인은 전국적으로 9명에 불과하다.

이주영 치매협회 연구원은 “치매 독거노인이 무수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발굴해 주지 않는 이상 노인이 후견제도를 이용할 방법이 없다”며 “가장 큰 문제는 치매를 앓는 독거노인을 연계해 줄 컨트롤타워나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7-03-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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