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야경 투어 인기 코스인데…안전 장비 없었다”

“다뉴브강 야경 투어 인기 코스인데…안전 장비 없었다”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9-05-30 18:22
업데이트 2019-05-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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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탑승 경험자들의 증언
“과거 탑승 당시 구명조끼 입은 기억 없어
야경 보려 갑판 난간에 관광객 몰려 위험
바람 불고 비에 좌석 다 젖었는데도 운행”
일각선 “낡은 선박 무리한 운행”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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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구조
빗속 구조 헝가리 소방관들이 29일(현지시각) 밤 다뉴브강의 허블레아니호 침몰 현장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유람선에는 한국 관광객 33명을 포함해 총 35명이 탑승했다.
부다페스트 EPA·연합뉴스

“동유럽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데….”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현지의 안전 관리가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헝가리 관광 경험이 있는 여행객들은 다뉴브강 야경 투어가 최근 TV의 유명 여행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등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이 몰리고 있는 관광지라고 꼽았다. 다만 “탑승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기억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일 부다페스트 여행을 다녀온 구모(32·여)씨는 “선착장을 찾았다가 구명조끼나 다른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위험해 보여 유람선 탑승을 포기했다”면서 “강 위의 수많은 배 갑판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보기 위해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비 오는 날 운항한 것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겨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을 탔던 박모(27·여)씨는 “탑승 직전까지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와 좌석이 다 젖은 상태였는데도 운행을 했었다”고 떠올렸다. 이에 대해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한 ‘참좋은여행사’ 측은 “기상이 몹시 나쁘면 일정을 취소하는데 (사고 당일에는) 다른 선박들도 모두 운행하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부다페스트까지 왔는데 야경을 못 보는 걸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있어 진행한 것 같다”면서 “탑승도 강제가 아니라 관광객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진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탑승 경험자들 사이에선 “낡은 선박을 무리하게 운행한 게 사고 원인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선박등록(Hajoregiszter.hu) 현황에 따르면 사고 선박인 허블레아니가 본래 1949년 옛 소련에서 건조됐으며 1980년대에 헝가리제 새 엔진을 장착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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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국회의사당을 뒤로 하고 운항 중인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 촬영날짜 미상. 29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허블레아니’가 침몰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 2019.5.30
AP 연합뉴스
여행사 측은 “현지에서 승객에게 안전 교육을 했는지는 인솔자가 실종 상태여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탑승경험이 있는 유모(28·여)씨 역시 “내가 탔을 때도 선상에서 별도의 안전 관련 안내는 없었다”면서 “승무원이 방송으로 인사한 뒤 ‘헤드셋을 끼면 야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만 알렸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영어나 헝가리어로 안내된다는 게 여행 경험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4월 유람선을 탑승했던 김모(41·여)씨는 “잔잔한 곳에서 천천히 운행하는 배 위에서 야경을 감상했는데, 평화로운 곳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온라인상에도 ‘구조작업이 잘 진행되길, 실종된 분들을 빨리 찾길 바란다’, ‘사망자에게 애도를 표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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