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대사·신군부 대화록 확인
│워싱턴 김균미특파원│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미국은 신군부의 군 투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한 사실이 주한 미국 대사와 신군부 측과의 대화록을 통해 확인됐다.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고한 1980년 5월10일자 비밀 외교전문에 따르면 대사는 전날인 5월9일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의 법 질서 유지 필요성을 이해하며, 미국은 군대를 투입하는 ‘비상계획’의 수립을 막지(obstruct)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기록돼 있다. 대사는 같은 날 전두환 보안사령관과의 면담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고했다.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은 광주 항쟁 진압 뒤인 6월25일 글라이스틴 주한 미대사와의 면담에서 전두환 사령관이 계엄령하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며, 새 정치질서를 위해 여름까지 ‘정치적 숙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최 실장은 정부와 반대세력에 대한 ‘정치적 숙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군부는 정치권이 충분히 정화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같은 날 글라이스틴 대사는 “미국은 야권과 반대 진영의 반미 비판주의는 제쳐놓더라도 권력층 내부의 반미 책략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한국 측에 경고했다.
kmkim@seoul.co.kr
2010-05-19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