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재심서 무죄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재심서 무죄

입력 2014-02-13 00:00
업데이트 2014-02-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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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1991년 국과수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1990년대 초 운동권 동료의 자살을 부추긴 ‘배후 세력’으로 몰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강기훈(50)씨가 13일 재심을 통해 확정 판결 2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강기훈씨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은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강씨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강기훈씨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은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강씨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돼 1992년 7월 징역 3년이 확정됐던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간부였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 배후로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 등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자살방조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씨는 이듬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다.

강씨의 ‘유서대필 사건’은 당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던 학생들이 항의의 뜻으로 잇따라 분신하던 이른바 ‘분신 정국’에서 이들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1월 국과수의 재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김씨가 스스로 유서를 작성한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였다.

강씨는 2012년 10월 재심을 청구한지 4년여 만에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 이날까지 다시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문에서 “1991년 당시 국과수 감정인 김형영씨가 혼자서 대부분 감정해 놓고 법정에서 ‘4명이 함께 감정했다’고 허위 진술했다”며 “재심대상판결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인용했으므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과거사위 재감정 결과가 국과수 기존 감정 결과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재심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심에서는 앞선 두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과수가 작년 12월 강씨의 무죄 주장을 뒷받침하는 감정 결과를 새로 내놓으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무너지게 됐다.

재판부는 “1991년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고 검찰의 다른 증거만으로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강씨의 국보법 위반 혐의 부분이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의 형을 별도로 선고했다. 강씨는 이미 3년 동안 복역해 재수감되지 않는다.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은 절차상 대법원에 상고해 강씨의 유죄를 더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일단 무죄를 선고한 후 이를 뒤집은 일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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