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거사위 결정, 증거 미진하면 번복 가능”

대법 “과거사위 결정, 증거 미진하면 번복 가능”

입력 2014-12-18 07:23
업데이트 2014-12-1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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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 청구 기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억울한 죽음이 인정됐어도 재판부가 별도 심리를 통해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과거사위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장모씨의 유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된 사건이다. 정부는 좌익 세력을 통제한다는 목적에 따라 전국적으로 ‘국민보도연맹’을 결성했지만, 한국전쟁 발발 후 보도연맹원들이 남하하는 북한군과 결탁할 것을 우려해 이들을 붙잡아 야산 등에서 사살했다.

2009년 과거사위를 통해 희생자로 인정된 장씨 유족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2012년 소송을 냈다.

1심은 장씨 본인에 대해서는 8천만원, 배우자 4천만원, 부모·자녀 800만원, 형제·자매 400만원 등 19명 모두에 대해 위자료를 인정,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은 “국가는 스스로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과거사위에 검찰·경찰에 준하는 강력한 조사 권한을 부여해 이 사건 희생자들이 살해 피해자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런 결정의 신빙성을 다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은 이런 전제를 뒤집었다.

2심은 “과거사위의 결정이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지지는 않는다”며 “과거사위가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희생자라는 사실이 다툼의 여지 없이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심은 장씨가 하동군에서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사살됐다고 본 과거사위 결정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로는 사망여부와 경위, 사망일시와 장소를 알 수 없고, 유족의 진술도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장씨가 보도연맹 사건으로 경찰에 연행돼 살해됐다는 과거사위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상 수긍하기 곤란하다”며 “장씨 유족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장씨 유족과 함께 소송을 제기한 다른 보도연맹원 유족 86명에게는 총 22억1천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그외 2명에 대해서는 증거에 대한 판단을 보강, 위자료 800만원을 더 인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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