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취급되는 여성들…부끄러운 국제결혼 실태

상품 취급되는 여성들…부끄러운 국제결혼 실태

입력 2010-07-16 00:00
업데이트 2010-07-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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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 온 지 7일 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살해돼 충격을 던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13만6천556명의 결혼 이민자가 살고 있으며 국적별로는 중국(48.7%),베트남(23.8%),일본(7.5%),필리핀(5%) 등의 순이다.

 외국인 신부가 대다수인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지만 국제결혼에 대한 그릇된 인식,문화적 차이 등으로 상습적인 폭력과 살해 위협 등에 시달리고 있다.

 오직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악덕 중개업자들로 인해 물건 취급을 받는 그릇된 환경까지 조성되고 있다.

 ●아들 낳자마자 쫓겨나고,성노리개로 전락하고..

 베트남 여성 A(22)씨는 지난 2008년 1월 경기도 오산에 거주하는 한국인 남편(39.일용직 노동)과 결혼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아들을 낳자마자 태도가 돌변한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갖은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고,출산한 지 한 달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결국 남편과 이혼한 A씨는 아들의 양육권을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지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가져올 수 없었다.A씨는 아들을 두고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현재 경기도 용인의 한 외국인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필리핀 여성 B(19)씨는 지난 2006년 충남 서산에서 재력가인 한국인 남편(59.임대업)과 결혼했지만 2년이 채 안돼 별다른 이유없이 쫓겨났다.

 남편은 이전에도 3차례나 국제결혼을 했었고 전처들 모두 B씨와 같은 이유로 쫓겨났다.

 남편은 B씨를 ‘성노리개’ 삼아 결혼했고,가출했다고 허위신고하는 등의 수법으로 본국으로 강제 출국시키려 했다.B씨는 오산이주노동센터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해 1천만원의 위자료를 받아내고 체류가 가능해졌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20대 후반인 C씨는 3년 전 중국에서 건너와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까지 뒀지만 직장 내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던 남편이 최근 C씨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처럼 이혼소송을 제기,강제로 이혼당할 위기에 놓였다.

 남편은 C씨가 둘째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위해 집을 잠시 떠나 있었던 것을 가출을 했다고 서류를 꾸몄고,C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꼼짝없이 강제추방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체류연장도 어렵고,고향에 갈 수도 없고..

 이주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귀화하면 이혼 후에도 국내에 머무를 수 있지만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혼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혼하고 나서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해야 하지만 반드시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하지만 남편의 잘못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

 이혼한 이주여성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혼소송을 거치면서 빈털터리가 된 이들은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다 ‘이혼녀’라는 딱지는 이들이 쉽게 고국으로 발길을 옮기지 못하게 만든다.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김순애 소장은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형편이 어려운 친정집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인과 결혼한다”며 “그런 꿈을 이루지도 못한 데다 이혼녀 딱지까지 붙었으니 차라리 한국 체류를 선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쏟아지는 대책..결국 그릇된 인식 바뀌어야법무부는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에 대해 출국 전 사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곧 시행하겠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법무부는 양측의 나이 차이가 지나치게 크거나 남성에게 심각한 정신질환 또는 성폭력 전과가 있을 때,국제결혼 횟수가 세 차례 이상일 때는 배우자 초청을 위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성단체 등을 중심으로 미등록 상태이고 영세한 중개·알선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에 1천300여개의 업체가 운영 중이며,이 가운데 약 70%는 개인 또는 소수가 운영하는 영세업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신분열증 환자,알코올 중독자 등을 이주여성과 결혼을 시키기도 하는 등 어떻게든 결혼을 성사시켜 돈벌이를 하려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오산이주노동센터 김승만 간사는 “무자격 업체가 객관적인 정보 없이 돈을 내세워 인신매매식으로 외국인 여성을 소개해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당사자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공유해 판단할 수 있도록 공인된 업체를 양성화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결혼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한국인들의 그릇된 시선을 꼽는 지적이 많다.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국가의 여성들을 ‘상품처럼 구입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울산국제볼런티어센터 김정옥씨는 “신부를 상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외국인 여성의 나라의 문화를 인정하려는 노력과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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