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당한 불펜, 비룡 추락할라

혹사당한 불펜, 비룡 추락할라

입력 2010-08-21 00:00
업데이트 2010-08-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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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두 SK가 흔들린다. 20일 시즌 첫 6연패했다. 후반기 들어 7승12패에 그치고 있다. 전반기 역대 최다승 달성까지 노렸지만 이젠 선두 수성도 불안하다. 2위 삼성이 2경기차까지 따라붙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대로는 3위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했다. 엄살이 아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가능성이 있다. 왜 이렇게 갑자기 흔들리는 걸까. 이유를 분석해 본다.

●문제는 불펜 붕괴 SK의 최대 강점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투수진이다. 정우람-정대현-이승호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리그 최상급이다. 양은 적지만 질적으로 최고다. 1~2점차 승부에서 좀처럼 안 밀린다. 투수진이 버텨주니 타선은 1~2점만 더 내면 된다. 간단하고 강력한 승리 공식이다.

그런데 최근 이게 안 된다. SK 불펜 핵심은 정우람-이승호다. 정우람의 시즌 방어율은 3.78이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최근 5경기만 놓고 보면 아니다. 4이닝을 던지면서 방어율 11.25를 기록했다. 이승호도 마찬가지다. 시즌 방어율은 3.89. 그러나 최근 5경기, 4와 3분의2이닝 동안 방어율은 12.46이다. 시즌 중반 합류한 정대현은 좀 낫다. 그래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시즌 방어율은 0.80이지만 최근 5경기 방어율은 5.40까지 치솟았다.

소수정예 불펜이 무너지면서 SK 특유의 조직력 야구가 안되고 있다. 뒤로 갈수록 불안하다. SK는 타력이 뛰어난 팀은 아니다.

●누적된 과부하 전반기 잘 던지던 불펜진이 왜 갑자기 무너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던져서다. 정우람은 시즌 63경기에 등판해 88이닝을 던졌다. 이승호는 58경기에 나서 71과 3분의2이닝 투구했다. 둘 다 2경기에 한번 꼴 이상 등판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던졌다. 현재 이 둘을 제외하면 70이닝 넘게 투구한 불펜투수는 삼성 안지만(58경기 77이닝)뿐이다.

특히 이승호는 마무리로선 이닝당 투구 수가 너무 많다. 벌써 1358개 공을 뿌렸다. 매 이닝 평균 18.9개의 공을 던지고 있다. 리그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긴박한 상황에 등판하는 마무리의 특성을 감안하면 피로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승호가 팔꿈치 수술 뒤 올 시즌 복귀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구원진 가용자원이 너무 적다. 지난해엔 윤길현-채병용-정대현-전병두가 있었다. 올시즌은 이들을 빼고 시작했다. 시즌초부터 정우람과 이승호에게 부하가 쏠렸다.

불펜진은 적게 던지고 자주 등판하거나, 많이 던지면서 가끔 경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우람-이승호는 많이 던지고 자주 등판한다. 무리가 안 가는 게 더 이상하다.

●해결책이 없다 불펜 과부하를 줄이려면 선발이 많이 던져 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SK 투수진의 양이 너무 빈약하다. 김광현-카도쿠라-글로버-송은범 4선발 체제가 잘 굴러갈 땐 이상이 없었다. 지금은 글로버가 이탈했고 송은범은 불안하다. 김광현-카도쿠라 외엔 5이닝을 채우는 선발이 없다.

그럴수록 김 감독은 불펜진에 더 의존하고 있다. 삼성과 선두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필승조 호출은 더 잦아졌다. 불러 올리던 선수만 계속 마운드에 올린다. 악순환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8-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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