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여자축구 저변 ‘클럽 활성화가 대안’

열악한 여자축구 저변 ‘클럽 활성화가 대안’

입력 2010-09-27 00:00
업데이트 2010-09-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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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전문 지도자 육성도 과제”

‘17세 태극소녀’들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역대 남녀대표팀을 통틀어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U-20 여자대표팀이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면서 시작된 여자축구의 아름다운 반란은 이번 U-17 여자대표팀의 우승으로 기적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마냥 기쁨에 들떠 있을 수는 없는 일. 어린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국내 여자축구를 떠받치는 저변은 여전히 축구 선진국과 비교하기에 열악하기만 하다.

 8월말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실업팀 7개를 비롯해 초등학교 18개 팀, 중학교 17개 팀, 고등학교 16개 팀, 대학교 6개 팀, 유소년 클럽 1개 팀 등 모두 65개 팀에 등록선수도 1천450명이다. 이 가운데 등록된 고교생 수는 고작 345명이다.

 이번 U-17 여자월드컵 결승 상대였던 일본의 여자축구 등록선수가 3만6천여명인 것과 비교하기도 어려운 수치다.

 더구나 여자축구의 풀뿌리인 초등학교 여자축구팀도 지난해보다 네 팀이 줄었고, 대학팀도 내년 선수 선발을 포기한 팀이 나올 정도로 국내 상황은 열악해지고만 있다.

 ◇클럽축구 활성화로 학원축구 대체

 WK-리그 경기를 전담 중계하면서 여자축구의 현실을 현장에서 실감해온 김대길(43) 해설위원은 “어린 선수들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면서 여자축구가 일반인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큰 성과다”라며 “학원팀의 창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클럽팀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여자축구에 입문시킬 때 가장 걱정하는 게 학업과 안전이다”며 “어린 여자 선수들이 체벌과 성추행 등의 걱정에서 벗어나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국에 150여개에 달하는 어머니 축구단과 연계한 유소년 클럽팀의 활성화와 초등학교 팀이 출전하는 저학년 대회에 여자 선수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축구협회 초등연맹에서 관장하는 대회의 저학년 경기에 1-2명의 여자 선수를 포함하도록 하면 여자축구팀의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본과 유럽처럼 WK리그에 참가하는 실업축구팀이 U-12세 팀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은 특히 “스포츠토토 기금의 일부를 유소년 여자 클럽에 배정해 활성화를 꾀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여자축구 지도자 양성도 숙제

 지난달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로 이끈 공로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최인철 감독은 2000년 동명초등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감독을 시작으로 오주중(2001∼2004년), 동산정보고(2004∼2008년)로 옮기면서 10년 동안 여자 축구 지도자로서 외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WK리그에서도 부산 상무를 지도하는 이미연(35) 감독을 빼면 대부분 여자 축구를 전문적으로 해왔던 지도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남녀 선수의 신체적 특징이 다른 점을 고려해 여자선수를 위한 전문적인 트레이닝 방식이 제대로 적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여자 축구에 전문화된 지도자의 지속적인 육성도 절실하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 차원에서 이번 여자 선수들의 성과를 시발점으로 여자축구 선진국의 선수 지도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의 여자축구 전문 지도자를 초빙해 국내 지도자들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축구팀을 늘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어린 여자선수들이 축구의 즐거움과 학업을 병행하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학부모들도 선수들을 특기자로 만들어 대학에 보내겠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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