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유치 실패…‘원톱 외교’ 한계

월드컵축구 유치 실패…‘원톱 외교’ 한계

입력 2010-12-03 00:00
업데이트 2010-12-0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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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2022년 월드컵축구대회 유치 실패는 ‘스포츠 외교력 강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전은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진두지휘했다.

 물론 2002년 월드컵 개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치위원회 활동과 FIFA도 인정한 완벽한 정부 보증,이명박 대통령의 제프 블래터 FIFA 회장 면담 및 훈장 수여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은 유치전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탰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한 실질적인 유치 활동은 사실상 정 부회장 혼자의 몫이었다.

 월드컵 개최지는 회장,부회장 8명,집행위원 15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되는 FIFA 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번에는 두 명의 집행위원이 자격 정지를 당해 22명이 투표에 참가했다.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들의 마음만 움직이면 한국은 지구촌 최대축구잔치를 20년 만에 다시 안방에서 유치할 수 있었다.

 199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았고,이듬해인 1994년 FIFA 부회장에 선출돼 지금까지 국제 축구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 부회장의 존재는 한국축구로서는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할 때 일본보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한국이 일본의 단독 개최로 기운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꿔 공동 개최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정 부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번에도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2월 월드컵 유치의향서를 FIFA에 제출한 뒤로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최근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고 나서 곧바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득표전을 펼쳤다.지난달 28일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해 29일 치러진 프레젠테이션 예행연습을 보고 나서 또다시 독일로 넘어가는 등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거나 중립적 성향을 띤 유럽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마지막까지 총력을 펼쳤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분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FIFA 집행위원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개 대회 개최지를 한꺼번에 결정하면서 어느 때보다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 부회장을 포함해 투표에 참가한 22명 중 8명이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유치 신청국 출신이라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혔다.물밑에서 진행된 집행위원 간 합종연횡은 ‘연대’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집행위원들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유치 활동이 더욱 절실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 부회장 ‘1인 외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은 결국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얻지 못고 월드컵 단독 개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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