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중국 벽 높네’

한국 탁구 ‘중국 벽 높네’

입력 2010-11-17 00:00
업데이트 201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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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탁구가 철옹성을 구축한 세계 최강 중국의 기세에 눌려 무력하게 아시아 정상 탈환의 꿈을 접었다.

 한국은 16일 광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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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중국 광저우체육관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을 차지한 탁구 대표팀이 시상식 도중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중국 광저우체육관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을 차지한 탁구 대표팀이 시상식 도중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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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복귀 시도는 물거품이 됐고 아시아 2인자에 위안을 삼았다.

 앞서 여자도 중국과 준결승 대결에서 1-3으로 덜미를 잡혀 동메달을 건진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동안 만리장성에 막혀 아시아 정상에 오르지 못한 한국 여자 탁구의 현주소다.

 중국은 1960년대부터 줄곧 세계 정상권을 줄곧 지켜오다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정부와 탁구협회장이었던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국 탁구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한국은 샛별처럼 떠오른 유남규와 현정화를 앞세워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남녀 단체전 우승을 석권했다.이어 2년 후 열린 서울 올림픽에선 유남규가 남자단식,현정화 여자복식 금메달을 나란히 사냥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현정화가 주축인 한국 드림팀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해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현정화는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우승까지 차지하며 ‘탁구여왕’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유남규와 현정화가 은퇴한 후 한국 탁구는 하강곡선을 그렸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단식 챔피언 김택수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이 에이스 계보를 이었지만 남자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단체전에서 한 번도 중국을 꺾지 못했다.

 199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구기 사상 첫 우승을 일궜던 여자 역시 남북 단일팀으로 우승했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중국의 일방적인 독주를 조금이나마 막으려고 21점제를 11점제로 바꾸고 탄력이 떨어지는 ‘라지볼’을 도입하는 등 견제 장치를 마련했지만 중국은 바뀐 환경에 적응했고 빠른 세대교체로 세계 정상 자리를 지켜왔다.

 남자부에선 세계 챔피언 왕리친(세계랭킹 6위)이 2선으로 물러나고 왕하오(3위)와 마린(5위),새로운 에이스인 세계 1위 마룽, 쉬신(7위),장지커(4위)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급성장했다.

 여자팀 역시 6년 동안 탁구여왕 자리를 지켜왔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2관왕 장이닝이 은퇴한 뒤 궈옌(세계 1위)과 류스원(2위),궈웨(4위),딩닝(6위),리샤오샤(8위) 등이 공백을 메우며 여전히 세계 정상 실력을 뽐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대교체 진통 속에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했다.

 남자 대표팀은 33세의 ‘맏형’ 오상은(한국인삼공사)이 건재하고 간판이었던 유승민(삼성생명)은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쳤다.

 ‘수비 달인’ 주세혁(삼성생명)과 이정우(농심삼다수)가 대표팀 주축을 이루고 18세 동갑내기 정영식(대우증권),김민석(인삼공사)이 성장했지만 아직 중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자팀 역시 33세의 김경아(대한항공)가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박미영(삼성생명)도 29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중국에서 귀화한 대한항공 ‘듀오’ 석화정과 당예서가 에이스를 다투는 형국이고 고교생으로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양하은(군포 흥진고)은 아직 선배들의 기량에 크게 못 미친다.

 대표팀은 지난 3월부터 김택수 남자 대표팀 감독과 현정화 여자팀 감독의 지휘 아래 6개월 가까이 담금질을 해왔으나 훈련량과 기술 모두 중국에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만리장성 허물기 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한탁구협회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학생이던 유남규와 현정화를 키워 중국을 꺾는 저격수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동아시아 호프스 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합작했던 조승민,이장목(이상 장충초등 6학년) 등 꿈나무들을 체계적으로 키워 5-10년 뒤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탁구인들의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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