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거취 논의에서 또 실종된 축구협 기술위원회

사령탑 거취 논의에서 또 실종된 축구협 기술위원회

입력 2014-07-02 00:00
업데이트 2014-07-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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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집행부 회의를 통해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고 사후 평가를 맡는 협회 기술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회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집행부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2일 밝혔다.

집행부 회의는 정몽규 회장, 허정무, 최순호, 김동대, 유대우, 리처드 힐 부회장, 안기헌 전무로 구성되는 회장단 회의다.

협회는 기술위원회 회의는 아직 계획된 게 없다고 밝혔다.

사령탑의 거취를 결정하는 토대는 경기력 부진에 대한 냉철한 분석의 결과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작업을 도맡는 곳이 기술위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집행부 회의로 거취를 결정한다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위원장과 위원 10명 안팎으로 구성되는 기술위는 국가대표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기술위는 국가대표 지도자를 추천하고 대표팀과 관련한 자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기술위는 대회나 경기가 끝나면 기술분석보고서로 대표팀의 경기력을 평가한다.

기술위는 감독의 지도력도 당연히 평가할 수 있고 포상이나 징계까지도 건의할 수 있다.

감독의 해임이나 경질과 관련해서는 기술위의 역할이 정관이나 하위 규정에 명문화돼 있지 않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헌법과 같은 정관에 명시된 기술위의 존재 목적을 볼 때 감독 거취 결정에서 배제된다는 점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협회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기술위의 논의 없이 수뇌부가 결정했다가 ‘밀실행정’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시 협회는 국가대표 감독의 해임, 경질과 관련해서는 기술위 논의를 거칠 의무가 정관,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는 한국 축구의 얼굴인 대표팀의 경기력을 뒷받침하는 꽃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높았다.

그러나 현재 기술위는 축구협회 수뇌부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형식적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기술위원장이 협회 기술국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런 현실을 고스란히 대변한다는 얘기도 있다.

기술국장은 협회에서 임금을 받고 회장, 부회장, 전무 등 집행부를 직장 상사로 둔 간부급 직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회 관계자는 “기술위원들의 이름조차 모를 지경으로 기술위가 초라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베이스캠프 선정, 선수 선발, 선수단 컨디션 유지, 선발진 구성, 교체카드 투입 등 경기 안팎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기술위가 언제 설정된 기능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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