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그루지야 선수 친구였다”

이용 “그루지야 선수 친구였다”

입력 2010-02-15 00:00
업데이트 2010-02-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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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기 바로 직전에 잘 타라구 얘기했는데...”

12년 만에 동계올림픽에 복귀한 루지 국가대표 이용(31.강원도청)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충격의 사흘을 보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개막 당일인 1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에서 루지 훈련을 하다 그루지야 대표인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21)의 썰매 전복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것.

쿠마리타슈빌리는 비록 나이는 열 살이나 어리지만 이번 올림픽을 위해 2년 전부터 예선 레이스를 펼치면서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아주 친하게 지냈다.

“원래 잘하는 선수는 잘하는 선수들끼리 어울리지만 하위권 선수들도 같은 마음으로 친하게 지낸다”며 이용은 “쿠마리타슈빌리는 만날 때마다 악수가 아니라 반갑다고 포응하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나 나나 아주 힘들게 올림픽 출전권을 땄기 때문에 동료애까지 느꼈다”고 전한 이용은 “사고 당일도 쿠마리타슈빌리가 코스를 내려가지 직전 잘하라는 뜻으로 ‘굿럭(Good Luck)’이라고 말했는데 5분도 되지 않아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전했다.

썰매 전복사고로 쿠마리타슈빌리가 현장에서 즉사하자 밴쿠버 조직위원회는 훈련을 중단시키고 루지 코스를 곧바로 폐쇄했다.

이용도 하는 수 없이 휘슬러선수촌으로 돌아왔지만 충격이 가시지 않아 개막식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용은 하루를 지난 뒤 14일 열린 루지 남자 1인승 1,2차 시기는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다.

하지만 15일 열린 3,4차 시기에서는 기록이 떨어지면서 전체 38명 중 36위로 밀리고 말았다.

“조직위에서 쿠마리타슈빌리가 사고난 지점에 나무판자로 벽을 높이고 쇠기둥에는 두꺼운 패드를 둘러 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많이 완화됐지만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이용에게 감회가 새로운 대회였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 선수로 처음 출전했던 이용은 올림픽이 끝나자 마자 특전사에 입대해 하사관 복무를 하느라 2005년에야 전역했다.

군대를 마치고 나니 다시 썰매를 타고 싶은 생각에 코스에 올랐고 12년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처음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 굉장히 기뻤는데 막상 올림픽에 와보니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는 이용은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4년 뒤 올림픽에서 루지 2인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은 경기가 끝났지만 썰매 종목 동료인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주다 한국선수단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밴쿠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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