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들의 무덤’ 된 조별리그

‘명장들의 무덤’ 된 조별리그

입력 2010-06-25 00:00
업데이트 2010-06-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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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기대를 모았던 팀들이 속속 탈락하면서 팀을 이끄는 감독들에게도 ‘퇴출’의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명문 클럽팀과 축구 강국들을 이끌었던 실력을 인정해 이름값 높은 스타 감독들을 선임한 각국 축구협회는 실망스런 결과로 조별리그를 마치자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팀을 수습하려 서둘러 감독을 교체하고 있다.

 먼저 ‘역대 최악’으로 기억될 만한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성난 여론을 달래고자 벌써 새 감독 선임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 대회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던 두 나라는 4년 전 그 감독을 앞세워 대회에 나섰지만 나란히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레몽 도메네크(프랑스) 감독과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감독은 모두 자국에서 거센 비난을 받으며 명예롭지 못하게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주술의 힘에 의존하는 등 기행으로 유명한 도메네크 감독은 유럽 지역예선부터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이며 사퇴 공세에 시달리더니 본선에 와서는 아예 내분에 빠진 팀을 전혀 수습하지 못해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감독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붓고 퇴출당한 이를 옹호하는 선수들을 카리스마 있게 누르지도,대화를 통해 해결하지도 못하며 ‘허수아비 감독’으로 전락했고,남아공과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는 상대 감독과 악수를 거부하는 등 마지막까지 품위를 지키지도 못했다.

 결국 도메네크 감독은 1998년 우승의 주역인 로랑 블랑에게 감독 자리를 내주고 지도자 이력에 큰 오점을 남긴 채 쓸쓸히 떠나고 말았다.

 리피 감독 역시 고집불통의 리더십을 고수하다 탈락의 책임을 떠안고 물러났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와 안토니오 카사노(삼프도리아) 등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대표팀을 꾸린 리피 감독은 수비와 공격 모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4년 전 우승으로 쌓은 명예마저 깎아먹고 말았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곧장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을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앉히기로 했다.

 유로 2004에서 그리스에 깜짝 우승을 안겼던 ‘수비축구의 명인’ 오토 레하겔 감독도 쓸쓸히 퇴장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도 6년 전 우승 덕에 국민적인 존경을 받았던 레하겔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무려 5골을 허용하며 특기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사임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통산 4번째 우승을 안긴 명장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레이라 감독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역대 월드컵 최다 출전(6회) 사령탑인 파레이라 감독은 남아공 대표팀을 이끌고 본선에 나섰지만 사상 최초로 개최국을 16강에 올려놓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고 말았다.

 반대로 세계적인 명장들을 무너뜨리고 ‘인생 역전’에 성공한 감독들도 있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덴마크를 3-1로 완파하고 일본을 16강에 올려놓은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그동안의 비난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오카다 감독은 본선을 앞두고 성적부진에 빠지면서 스스로 사퇴를 언급할 정도로 구석에 몰렸지만 정작 본선에서 탄탄한 수비와 더불어 침묵하던 득점포가 터지면서 강한 전력을 과시,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번 월드컵 최연소 사령탑인 슬로바키아의 블라디미르 베이스 감독 역시 이탈리아를 무찌르고 처음 본선에 진출한 팀을 16강까지 진출시키면서 지도력을 인정받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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