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Q여사에게 (6)야속한 아내, 얄미운 남편 I. <남편→아내>편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18. Q여사에게 (6)야속한 아내, 얄미운 남편 I. <남편→아내>편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입력 2014-12-26 17:55
업데이트 2015-01-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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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에는 고민이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기 한참 전, 활자 매체도 그리 풍부하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고민을 상담하곤 했습니다. 과거 선데이서울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라는 고정 코너를 운영하며 많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하얀 편지지에 적혀 선데이서울 편집국으로 속속 배달됐고, 기자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일일이 답을 해주었습니다. 40여년 전 그 시절의 고민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코너의 주요 내용을 발췌, 몇회로 나눠 전달합니다. (답변 중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것도 있습니다. 내용 자체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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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Q여사에게 (6)야속한 아내, 얄미운 남편 I. <남편→아내>편

[Q여사에게] 아내의 무지, 미신에 실망

결혼 3주년이 가까워 오는 요즘 저는 아내의 무지에 점점 더 실망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일류 여자고등학교, 일류 대학을 나왔습니다. 대학에서는 전공이 약학입니다. 그런데도 하는 일은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생과 다름이 없습니다. 첫딸의 이름을 작명소에서 지어 온 것은 물론 매사에 점쟁이, 관상쟁이의 지시를 받는 것입니다. 아침이면 어젯밤 꿈을 쳐들면서 남편인 저의 행동까지 제한하려 듭니다. “이빨 빠지는 꿈을 꾸었으니 당신 오늘 자동차 조심하고, 밤에는 술마시지 말고 곧장 오세요” 등등…. 요즘은 점쟁이가 직장을 서쪽으로 옮기라고 했다며 법석을 떱니다. 현재 직장은 동쪽에 있다는 거예요. 다른 점에서는 아주 사랑스러운 아내입니다. 고민의 해결법은 뭘까요? <서울 답십리에서 박>

부부간의 갈등을 단막극 형태로 다른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
부부간의 갈등을 단막극 형태로 다른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
선의의 거짓말을 슬쩍 해보세요

“그 점쟁이가 왜 그렇게 용하지? 우리 회사가 올해 안으로 사옥을 옮기는데 서대문 쪽이란 말야!”라는 선의의 거짓말 한 마디로 당신의 지금 난관은 해결됩니다. 미신적인 것 빼놓고는 아주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는 것이지요. 여자가 사랑스러운 것과 미신적인 것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매력 아닐까요. 대학에서 딱딱한 과학을 했어도 여성다움을 잃지 않은 당신의 아내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군요. 세상살이를, 그리고 가정을 신비스럽게 보지 않는다면 누가 점을 치고 관상을 보고 꿈을 믿겠어요. 남편네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바가지를 긁히지 않기 위해서도 희한하고 재미있는 미신의 세계를 아내에게서 빼앗지 마십시오. <Q>

-선데이서울 1969년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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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여사에게] 아기에게 뺏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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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결혼 2년차샐러리맨입니다. 아내는 알뜰한 데다 미인이고 생후 5개월의 아들 녀석이 있습니다.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저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가정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기분 말입니다. 신혼 초, 아니 어린애가 태어날 당시만 해도 아내는 저에게 온갖 정성을 다 들였어요. 손수건, 넥타이, 양말, 좋아하는 음식 등 쑥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시중을 들었죠. 그러던 것이 최근 2, 3개월간 아내는 사느니 아기옷 뿐인가 하면 아기를 얼르느라고 집안 정돈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는 책의 간수나 부탁한 신문스크랩 같은 일도 내동댕이치고 있거든요. 가장인 나에게 아내가 다시 관심을 갖게끔 할 방법은 없을까요. 아내는 마음이 변한 걸까요. <서울 태평로에서 김>

행복한 푸념 마세요

미스터김! 행복한 푸념, 듣기에도 즐겁군요. 부인의 마음은 여전히 당신과 당신들 두 분의 아드님에게만 집중되어 있음에 틀림없어요. 지금 한창 방긋거리는 아기가 얼마나 귀여울까요. 당신은 직장에 나오기 때문에 하루종일 재롱을 떠는 꼬마에게 엄마가 얼마나 정이 들어 버렸는지 모를 겁니다. 게다가 첫 아이 시중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랍니다. 첫 엄마는 아직 솜씨가 서투르기 때문이죠. 당신의 시중을 전처럼 살뜰하게 들지 못하는 것은 아기 시중에 손이 빌 틈이 없어설 거라고 한다면 제가 너무 여자 편만 드는 걸까요? 혹시 당신은 그동안 극진한 가장 대우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닙니까. 퇴근 후라든지 휴일에 아기 시중을 분담해 보셔요. 틀림없이 부인은 그 짧은 빈 시간을 아빠를 위해서 쓸 것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68년 10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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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여사에게] 갈수록 살쾡이 닮아가는 아내…

결혼 3년에 아기가 둘 생기니까 아내는 더 이상 신혼 무렵의 상냥한 아내가 아닙니다. 어떤 때는 집없는 들고양이 같고 때로는 표독한 살쾡이 같습니다. 밤에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늦는 날도 있는 것이 젊은 샐러리맨 아니겠습니까? 10시 넘어 집에 들어가면 바가지와 표독한 눈길에 기가 죽어 스위트홈은커녕 “내가 여기 왜 들어왔나” 싶을 정도예요. 때로는 이혼조차 생각합니다. 게다가 맹랑한 것은 말씨까지 타락해버린 것입니다. 저의 말에 대답은 ‘네’가 아니라 ‘응’, 때로는 ‘뭐라구?’입니다. 이 한심한 가정생활을 차라리 정리해 버리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서울 정릉에서 김만식>

[선데이서울]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선데이서울]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남편이 이리 같아서예요

표독한 살쾡이에 심술궂은 이리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아내의 눈에 보이는 당신 역시 신혼 초의 당신이 아닐 것입니다. 신혼 초에는 당신도 아마 상냥하고 착한 남편이었겠죠. 아이 둘 낳고 난 아내를 당신은 여성 축에 안 끼워주고 애 기르고 밥 짓는 부엌데기라고 단정지어 버렸을 거예요. 그러니 지금 당신이 아내의 눈에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요. 영락없는 이리입니다. 그것도 귀한 남의 딸의 일생을 버려놓은. 사나운 짐승은 사납게 다루어야 한다는 쉬운 진리를 당신의 아내는 터득한 모양이죠? 그래서 바가지와 눈총으로 당신을 다루려 드는 것이 아닐까요. 당신이 양처럼 착해져 보세요. 아내는 곧 목장의 상냥한 처녀가 될 것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2월 2일자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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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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