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한달간 국정표류…인선 부담 털고 심기일전 채비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창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 농축산업을 미래산업의 중심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오후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남재준 국정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도덕성 논란 끝에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가 자진사퇴한 뒤 유임된 김관진 장관도 같이했다.
정부출범 26일째인 이날 새 정부의 정상출범을 가로막았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52일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뜨거운 감자’였던 김병관 문제가 당사자의 자진사퇴로 해소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새출발의 계기를 마련했다.
새 정부를 추문에 빠뜨렸던 고위층 성접대의 의혹을 받고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도 전날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인선과 관련한 그간의 부담들은 완전히 털어버렸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사건이 잇따르면서 출발이 늦어졌지만 이제 심기일전해 정부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게됐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이날 중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 관련법률안의 심의, 의결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의 지연으로 늦어진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도 조만간 열려 정부 구성이 완료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부터 시작된 첫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등 ‘4대 국정기조’의 정책화에 만전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를 행정부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으로 할 것을 거듭 주문한 것은 국정 행정의 패러다임을 국민의 입장에서 짜겠다는 발상에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처음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모든 부처가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통해서 일관성과 효율성을 다지고 했으면 한다”며 ‘국정 철학의 공유’를 강조한 것이 향후 국정기조의 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 철학의 공유’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을 비롯한 정부혁신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초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없이 표류하고 차관급 이상 고위직 인선의 잇단 실패를 겪으면서 새 정부 출범의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 스스로 각 부처에 ‘100일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토록 지시한 마당에 귀중한 한달이 속절없이 흘러갔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직 인선에서 박 대통령의 이른바 ‘나홀로 인선’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내면서 야당으로부터 “인사는 만사(萬事)라는데, 박근혜 정부의 인사(人事)는 망할 망(亡), 망사(亡事)”(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뼈아픈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권 전체의 정치력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간의 관계, 여야 관계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다만 비록 뒤늦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김학의 차관과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청와대가 사실상 압박한 것은 그나마 정무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정부 출범이 진통을 겪는 와중에서도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강조 등은 외교안보에 관한한 안정적 대처를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아무튼 박 대통령은 내주 취임 한달을 맞아 최근의 상황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인식을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향후 정국의 진로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