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특파원 북·중 접경 단둥을 가다 2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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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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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북한 병사 한 두명만 압록강변서 담배 구걸하더니 며칠새 20~30명씩 몰려다녀…北 전체가 긴장해 있는 듯해”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 북한군 병사들의 활동이 부쩍 활발해졌다.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 이틀째인 12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압록강 하류에서 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면서 신의주 쪽 강변을 살펴본 결과 20~30명씩 몰려다니는 북한군 병사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선장은 “평상시에는 선상의 관광객들에게 담배를 구걸하는 북한 병사 한두 명 정도만 볼 수 있는데 오늘은 꽤 많다”면서 “북한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병사들은 중국 배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뭔가를 숙의하는 등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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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에서 동북쪽으로 15㎞ 떨어진 박작산성(중국명 호산장성) 인근 압록강 상류의 북측 강변에서 12일 북한 주민 30여명이 작은 배에 오르고 있다.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에서 동북쪽으로 15㎞ 떨어진 박작산성(중국명 호산장성) 인근 압록강 상류의 북측 강변에서 12일 북한 주민 30여명이 작은 배에 오르고 있다.
북한 땅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단둥의 고구려 박작산성(중국명 호산장성) 부근 압록강변에서는 10인승 정도로 보이는 작은 통통배가 북한 민간인 30여명을 태우고 위태롭게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병사들은 일일이 증명서를 확인한 뒤 북한 주민들을 승선시켰고, 주민들은 경직된 얼굴로 사방을 경계했다.

단둥의 류경호텔 21층에 있는 북한의 선양(瀋陽)총영사관 단둥 지부에서 만난 북한인들은 상대적으로 한국보다는 미국을 격렬히 비난했다. 일부 북한인들은 평양의 전쟁 대비 훈련 상황도 알렸다. 지난 10일 평양에서 중국에 들어왔다는 한 북한인 남성은 “지금 평양에서는 오후 4~5시부터 밤 늦게까지 온 시민이 전쟁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우리는 지금 필사의 각오로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에서 공산품 무역업을 한다고 소개한 또 다른 북한 남성은 ‘키 리졸브’ 연습을 지칭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 김대중 정부 때처럼 남북대화가 시작될 줄 알았는데 미국이 우리네 대문까지 치고 올라와 우리 쪽 불만이 상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들은 한목소리로 한·미 군사훈련을 미국의 실질적인 대북 침략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금껏 계속 제재를 받고 살았다. 중국만 제재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평양에서 거주한다는 한 중국인 무역상은 “북한이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것은 모두 식량 부족 때문”이라면서 “식량 지원이 계속 미뤄지면 조만간 북한의 빈곤지역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북한 내부 상황을 전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과 중국의 ‘공동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록강 하구 황금평 경제특구도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북·중 양국은 전체 규모 14.4㎢의 황금평 경제특구 가운데 일부인 1.6㎢를 우선개발구역으로 정해 지난해 말부터 공사를 진행해 왔으나 최근 들어 중단됐다. 실제 이날도 부지 안쪽에 4~5대의 트레일러만 서 있을 뿐 덤프트럭 등 공사 차량과 인부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북한 병사 2명이 안쪽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글 사진 단둥(랴오닝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3-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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