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는 ‘스쿨폴리스’
지난 4일부터 ‘스쿨폴리스’(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도입돼 학교 폭력에 대한 경찰관의 개입이 가능해졌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운용할지를 놓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어느 선까지 개입할 것인지, 학교의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등의 구분이 애매한 탓이다. 특히 시행 초기여서 현장 적용 사례가 거의 없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교사들 가운데는 껄끄럽다는 반응이 많다. 경찰이 복도나 교실을 순찰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교육적인 부분을 경찰 손에 맡기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불량 학생을 죄다 경찰에 맡겨야 하는 것인지, 문제가 생기면 교사가 신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통정리도 안 됐다.
서울 시내 A고등학교 최모(45) 교사는 12일 “스쿨폴리스 제도 도입으로 학생과 교사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면서 “처벌하고 공포심을 자극하기보다는 상담 활동이나 인성 교육으로 해법을 찾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맞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B중학교 박모(38) 교사는 “아직은 안전지킴이나 학교보안관제도와 크게 다른 걸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C중학교 최모(28·여) 교사는 “선생님들이 잘 안 가는 후미진 사각지대까지 스쿨폴리스가 챙기더라”면서 “학교 폭력은 물론 묻지 마 범죄나 성도착증 환자같이 선생님이 해결하기 까다로운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송파구 정신여고에서는 이날 스쿨폴리스와 일선 학교 교장들을 상대로 한 만남의 자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용판 서울경찰청장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 중고교 교장 및 스쿨폴리스와 장학사 등 920여명이 참석했다.
김 청장은 “학교 폭력은 우리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근절된다”면서 “스쿨폴리스는 학교 폭력 피해 학생에게는 따뜻하고 인자한 아저씨로, 가해 학생에게는 무섭고 두려운 형사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부자연스러운 학교 분위기를 인지한 듯 “경찰이 들락거리면 학교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교장선생님이 계시면 제가 술 한잔 살게요. 대화합시다”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문 교육감도 “학교 폭력을 내부적으로 근절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학교와 경찰이 힘을 모아 아이들이 폭력에 대한 공포, 불안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자”고 화답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3-13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