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실태조사 ‘겉핥기’ 지적…올해 조사는 25일부터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15)군이 다닌 A중학교에서 작년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건수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재작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교육당국이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겉핥기식 전시행정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학교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최군이 다닌 A중학교는 지난해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전체 학생 888명 중 616명이 참여, 참여율 69.4%를 기록했다. 경북 평균 81.6%, 전국 평균 73.7%를 밑도는 수치다.
실태조사에서 피해응답 학생 수는 47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기간 학폭위 심의 건수는 1건, 개최 건수는 3건에 그쳤다. 학폭위 개최 건수도 전국 중학교 평균 3.9건에 못 미쳤다.
실제 학폭위에서 조치한 피해·가해학생도 각각 1명 뿐이었다. 피해학생 1명에 대한 보호조치는 심리상담과 조언으로 끝났다. 가해학생 1명은 특별교육과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
피해응답 학생 47명이 답한 피해 장소는 최군이 가해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유서에서 밝힌 곳 중 한 군데인 교실 안이 48.9%로 가장 많았다.
최군은 유서에서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및 갈취 등 괴롭힘을 받았다”고 적어 2년 가까이 학교폭력에 시달렸다고 알렸다. 최군이 밝힌 시기는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시행되던 시기와도 겹친다.
최군이 유서에서 밝힌 가해학생은 5명이지만 이 기간 학폭위에서 선도·교육조치를 받은 가해학생 수는 총 4명에 불과하다.
경찰은 숨진 최군이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학생들로부터 최군과 같은 괴롬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학생 여러명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교롭게도 A 중학교는 지난해 2월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부모, 교사, 학생의 현장 목소리를 듣는 ‘필통(必通) 톡(Talk)’ 토크쇼를 시작한 학교이기도 하다.
당시 이 전 장관은 “학교가 어린 생명을 앗아가는 장소로 변질하는 것이 한없이 개탄스럽다”면서 “사고 재발 시 관련자 물색을 분명히 해 엄중 처벌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들은 교육당국의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설득력을 싣는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이 지난해 1월 25%에서 8월 74%로 올랐다며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겉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의 실제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돼 25일부터 전국 초4∼고3학생 525만명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올해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도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는 전망이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 박범이 회장은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형식적 조사에 그치다 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의 이경자 상임대표는 “기계적인 대책 마련으로는 학교폭력을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며 “고통 겪는 아이들을 파악해서 돌보는 것은 무엇보다 교사의 책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