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규제혁파’ 지적한 공인인증서는

박대통령 ‘규제혁파’ 지적한 공인인증서는

입력 2014-03-20 00:00
업데이트 2014-03-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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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기관이 발급한 인증서…웹표준 어긋나고 안전성 등도 논란인증서 의무화 폐지법안 국회 계류 …다음 임시국회서 처리될듯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인용하며 ‘걸림돌’ 규제로 언급한 공인인증서는 국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를 뜻한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금융 관련 거래를 할 때 공인인증서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사거나 은행·카드사 홈페이지에서 금융 관련 업무를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준비물이 공인인증서가 됐다.

문제는 이 공인인증서는 국내법에서만 강제하는 ‘국내용 규제’이기 때문에 해외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를 본 수많은 중국 시청자들이 극중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의상과 패션잡화 등을 사기 위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결제하기 위해 요구하는 공인인증서 때문에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 쇼핑몰이 해외로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공인인증서 때문에 날아간 셈이 됐다.

그러나 공인인증서 제도의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비단 해외 이용자들만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도 공인인증서가 현실에 맞지 않으며 쇼핑을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공인인증서가 웹표준에서 벗어난 기술인 ‘액티브엑스’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액티브엑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웹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 설치하는 일종의 부가프로그램이지만, 악성코드 유포의 경로로 사용되기도 해 MS도 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쇼핑몰이나 은행·카드사 등에 접속하면 공인인증서와 각종 보안 프로그램을 위해 액티브엑스를 3∼5개씩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안내 문구가 뜨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덕분에 짜증이 나서 지름신(특정 상품을 사고 싶은 욕망을 신에 비유한 것)을 물리치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액티브엑스를 설치하다가 구매 욕구가 사라지면서 현명한 소비를 했다고 할 수 도 있지만, 쇼핑몰 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단순히 불편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공인인증서가 오히려 보안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공인인증서 의무화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보안은 뒷걸음질치게 됐다”며 “공인인증서 의무화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은 액티브엑스 설치를 허용하겠느냐는 물음이 나오면 습관적으로 ‘예’를 선택하기 때문에 악성코드 액티브엑스도 무심코 설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오픈넷 대표인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가 (공인인증서와 같이) 파일 형태로 저장되는 인증서는 안전성이 높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공표했다”며 “공인인증서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미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회에는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부터 발의돼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정부가 금융기관에 특정 인증서 사용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하고 인증·보안 기술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여러 인증서 가운데 가장 안전한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돼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전문가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지난해 “액티브엑스를 걷어내는 것과 정부 주도의 공인인증서 독점제도 개선은 지난 대선 예비후보 당시 공약사항”이라며 이 개정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논의가 됐고 여야간 이견도 없었으나 신용정보 관련 법안 등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에 여야간 이견이 없는 데다 박 대통령이 관련 발언까지 했으니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처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정부 쪽에서도 공인인증서 방식 개선을 준비 중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공인인증서 방식의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신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에서 (공인인증서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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