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무산에 주가 출렁…영향은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무산에 주가 출렁…영향은

입력 2014-11-19 00:00
업데이트 2014-11-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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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이 무산되면서 19일 주식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건설과 중공업분야에서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 계획이 취소되기는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이번 합병 무산으로 두 회사의 사업구조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이 시간 현재 각각 6%, 7% 넘게 동반 급락 중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내부의 반응은 다행스럽다는 쪽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 계획 자체에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합병 무산이 주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주주들 “무리한 합병이었다…반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이 좌초한 것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집계한 결과 합병 반대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액이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했다고 살명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식회사의 합병·영업양도 등 주주의 이익과 중대한 관계가 있는 사안에 대해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을 때 반대 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해달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 합병을 발표하면서 주식매수 청구액이 각각 9천500억원(15.1%)과 4천100억원(16.0%)을 넘어서면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주식매수 청구액이 삼성중공업 9천235억원, 삼성엔지니어링 7천63억원으로 모두 1조6천299억원에 달해 회사 입장으로선 부담이 너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하면 합병 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합병 조건에 따라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과도하게 많아 회사 입장에선 자금 부담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갑다. 전문가들은 합병 자체와 조건 등이 시장 평가와 다소 어긋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 현 주가 간 괴리가 너무 컸던 게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합병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당하기를 꺼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합병 비율이 삼성엔지니어링을 높게 평가하는 등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보니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몰렸다”며 “합병 비율만 합리적이면 주주들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두 회사 합병 무산 “주가엔 긍정적”…”그룹 지배구조 진행에 타격 없어”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 무산은 오히려 다행이라며 삼성중공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합병은 해양 부문을 키우는 등 사업적인 이유에서 추진됐지만, 실제 합병을 한다 해도 사업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자금여력이 있는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을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병이 실제 추진되면 부정적인 해양산업 전망과 능력 대비 과도한 외형, 그리고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계열사 간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고 언급했다.

성 연구원도 “이번 합병은 다소 악재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두 회사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두 회사의 합병 차질이 그룹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아닌 변방에 있는 계열사여서 그룹 지배구조와 연결 짓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채 연구위원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 전체 소유구조의 아랫단에 있는 기업이어서 이번 합병 무산이 지배구조 진행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조만간 재합병 추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허 상무는 “회사 측이 합병 추진의 목표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다른 방안, 즉 ‘플랜B’를 제시해야 투자자들도 안심할 것”이라며 “합병 대신 협업으로 간다면 상대적으로 결속성은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박 연구원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 계획을 해제한다고 했지,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라며 “두 회사는 조건 등을 조율해 재합병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측도 앞으로 합병을 재추진할지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합병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면서 “주식매수 청구분이 과다한 점 등 당장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합병계약을 해제했지만 추후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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