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당당한 ‘골드미스’… 괴로운 독거노인

[커버스토리] 당당한 ‘골드미스’… 괴로운 독거노인

입력 2014-07-05 00:00
업데이트 2014-07-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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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양극화

“돈도 벌 만큼 버는데 꼭 결혼을 해야 하나요.”

외국계 정보통신기술 회사에 다니는 이경민(43·여·가명)씨의 연봉은 9000만원으로 웬만한 맞벌이 부부보다 많다. 여러 차례 맞선도 봤지만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어 고급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골드미스’로 남았다.

무허가 주택에 살던 박향순(76·여·가명)씨는 노인지원센터에서 주는 밑반찬으로 생활을 이어 갔다. 최근 센터 직원들이 찾아갔지만 인기척이 없었고, 며칠 뒤 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수는 올해 488만여 가구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1인 가구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9%에 불과했지만, 2000년 15.5%, 2010년 23.9%로 높아졌고, 2030년에는 32.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흔히 1인 가구는 혼자 사는 ‘싱글족’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엔 1인 가구도 복잡하고 세분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크게 노처녀와 노총각인 ‘골드미스&미스터’, 이혼한 ‘돌싱족’, 아내와 자식을 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 등으로 나뉜다.

요즘은 1인 가구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각해져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708만원이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679만원으로 상위 20%인 5분위 가구(9153만원)의 7.4%에 불과하다. 1인 가구의 46.3%는 연소득이 1000만원도 안 되며, 1인 가구의 빈곤율은 49.6%로 4인 가구(9%)의 5.5배 수준이다.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비지출액은 960만원으로 식료품비(31.5%)가 가장 많지만 가구 유형별 소비 패턴은 상당히 다르다. 30대 이하의 독신 여성은 자신을 가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옷을 사는 데 쓰는 돈이 월평균 15만 7000원으로, 같은 연령대인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액(9만 5000원)보다 65.3% 많았다.

70세 이상의 1인 가구에서는 병원비 지출액이 2인 가구에 비해 20.0% 많았다. 집에서 간병해 줄 배우자나 자녀가 없어 병원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4-07-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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