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북한 핵문제에 악영향 끼치나

우크라 사태, 북한 핵문제에 악영향 끼치나

입력 2014-03-18 00:00
업데이트 2014-03-1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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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외교가 “北, 우크라사태 보며 核 더 집착 가능성”’부다페스트 각서’ 휴지조각…新냉전구도땐 협상 더 어려워

갈수록 악화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 핵문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강대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발적으로 핵폐기에 나선 케이스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하나의 ‘전범’으로 평가돼왔기 때문이다.

만일 강대국의 ‘파워게임’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분열이 현실화되고 국가적 존망이 계속 불투명해질 경우 우크라이나는 핵폐기의 ‘성공모델’이 아니라 자칫 ‘실패모델’로 북한에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한 소식통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영토적 통합과 안전을 보장받고 경제적 혜택을 누린 국가로 인식돼왔다”며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미래가 크게 불안해지면서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면 저런 결과를 당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핵폐기의 근거는 이른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Budapest Memorandum)’다. 구 소련이 해체된 이후인 1994년 미·영·프·러·중 5개국(P5)으로 대표되는 강대국들은 이 양해각서를 토대로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해주고 영토적 주권을 인정해줬고 그 대신 자발적 핵폐기를 이끌어냈다.

이후 북한 핵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모델’은 일종의 단골메뉴로 거론돼왔다.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핵 위협감축 협력 프로그램(CTR)인 ‘넌-루거(Nunn-Lugar) 프로그램’도 이에 근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91년 공화당 소속인 루거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인 샘 넌 상원의원이 공동 입안한 것으로, 구 소련의 핵무기와 핵 물질 등을 폐기하는 대가로 핵 시설과 기술을 민간 산업용으로 전환하는 고 핵 과학자들의 재교육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적용돼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은 민수용 과학기술자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전직 훈련을 받았다.

또 우크라이나와 함께 구소련권의 핵무기 보유국이었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도 이 프로그램에 터잡아 핵무기를 전면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에 대해서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을 대가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대두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핵폐기의 근거가 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는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크림자치공화국 독립과 러시아로의 합병 수순은 우크라이나의 통합주권을 인정하고 안전을 보장한다는 양해각서의 골간을 뒤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행보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현재의 흐름대로 라면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지켜보며 북한으로서는 핵을 더 움켜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0월 리비아 사태를 거치며 무하마드 카다피가 피살되자 북한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 개발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문제에 보다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형성된 ‘신(新) 냉전’ 구도다.

크림자치공화국 독립과 합병 과정에서 미·유럽과 러시아가 대결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상황에서는 외교적 협상국면이 열리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북핵 6자회담 재개의 결정적 키를 쥔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과정에서 러시아 쪽으로 편들기를 시도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강대국들이 ‘힘의 대결’을 벌이는 국면에서는 북핵문제가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7일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에 시동을 걸고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정세의 ‘블랙홀’로 등장한 현 국면에서는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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