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산제 도입에 지자체 반발 거셀듯

지자체 파산제 도입에 지자체 반발 거셀듯

입력 2014-02-14 00:00
업데이트 2014-02-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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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 운영이 문제” vs “복지부담 전가 때문”

안전행정부가 올해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를 도입하기로 공식화하면서 이에 따른 지자체의 반발과 논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로 지방재정이 극도로 어려워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지자체장의 부적절한 재정운영과 지자체의 복지재정 급증으로 지자체들이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안행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은 부채가 100조원에 이를 정도로 악화한 상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그 원인으로 정부의 복지부담 전가와 중앙의존도가 높은 지방재정의 구조적 부실을 꼽으며 정부가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형 지자체 파산제 어떻게 설계하나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하려면 파산 위기 지표, 파산 시점, 파산선고 주체, 파산선고 후 관리방식 등을 정해야 한다.

안행부는 먼저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전문가와 지자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상반기 안에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파산 시점은 지자체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만기가 된 부채를 30일 이상 갚지 못할 때 등이 검토되고 있다.

파산 위기 지표로는 현행 법령에 따른 재정위기 지자체 지정 기준인 예산대비채무비율, 통합재정수지적자비율, 채무상환비 비율, 지방세 징수액 현황, 공기업 부채비율 등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지표가 파산 시점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파산을 중앙정부나 제3의 기관이 선고할지 지자체가 스스로 신청할지도 결정돼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는 스스로 파산신청을 해 법원 감독하에 채무조절 절차를 진행했다. 반면에, 미국 매사추세츠주나 뉴욕주, 일본 등은 특별법상 재정위기 기준에 따라 상급정부가 파산선고를 한다.

미국 매사추세스주나 뉴욕주는 재정 적자가 3년 이상 지속하거나 30일간 채무불이행을 하거나 임금체불을 하는 지자체가 파산선고 대상이다. 일본은 실질적자 비율 등 5개 지표를 기준으로 한다.

아울러 파산선고 후 지자체의 자치권을 제한할지, 중앙정부나 시도가 파산관재인을 파견할지, 위원회를 구성할지 등도 정해야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파산제는 지자체가 살림을 살다가 더는 기능을 못할 때 국가에 관리를 위탁하면, 공무원 수나 월급 등을 구조조정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 공무원 수나 월급, 예산집행기준을 모두 중앙정부가 정해 자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 파산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방부채 100조…방만운영 vs 복지부담 전가

안행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방부채는 2012년 통합회계 기준 직영기업을 포함한 지자체 부채 47조7천395억원과 공사·공단 등 지방공기업 부채 52조4천345억원을 합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방재정이 이같이 악화한 이유로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주요인으로 꼽는 반면,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복지부담 전가를 꼽는다.

중앙정부는 태백의 오투리조트나 용인의 호화청사와 경전철, 인천의 은하월미레일 같이 지자체의 과시성 행사나 호화청사 건립, 수익성을 고려치 않은 공공사업 등은 방만한 재정운영의 사례라면서 지자체의 방만한 운영을 파산제 도입의 주요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복지사업 확대로 인한 지방재정부담 증가가 지방재정악화의 주요인이라고 맞선다. 작년까지 지방이 51% 부담해야 했던 영유아보육료나 74.5%를 부담해야 하는 기초노령연금 등이 대표적 예라는 것이다.

지방재정이 원천적으로 중앙정부에 종속된 상태여서 지방재정 부실은 중앙정부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재정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을 꼽으라면 중앙정부의 과도한 복지부담 탓인데도 지자체 책임으로만 돌리려한다며 반발한다.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작년 51.1%로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최악으로 떨어진 상태다.

중앙정부가 지방재정 악화를 타개할 대책으로 지자체 파산제라는 카드를 뽑아든 만큼 지자체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선 지자체 파산제 도입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방부채 책임론 공방을 가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지자체 파산제는 지자체장이 재정운영을 잘못할 때 이를 막는 최후의 제재수단”이라며 “결코 통제나 권한행사가 아니라 국민이 염려하는 지방재정을 건실하게 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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