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국내판결, 국내산업에 부메랑 될수도”

“삼성-애플 국내판결, 국내산업에 부메랑 될수도”

입력 2012-08-28 00:00
업데이트 2012-08-28 10: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판매금지’ 판결 확정시 해외기업들 소송 부추길 우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지적재산권법 관련 학계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판결이 판례로 확정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오히려 타격을 입는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는 지적도 나온다.

신경섭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애플의 삼성의 특허를 허락 없이 쓴 데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판매금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변호사ㆍ특허변호사ㆍ공인회계사 자격증과 공학박사 학위를 지닌 신 교수는 이번 판결이 국제적 기준에 어긋난 것으로 비쳐질 개연성을 우려했다.

한국 법원이 “삼성전자가 표준특허와 관련해 프랜드(FRAND) 선언을 했지만 이것이 금지 처분 자체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시한 점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삼성의 표준특허는 관련 제품을 만들 때 사실상 필수적인 것이어서 프랜드(FRAND) 조건, 즉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조건도 선언돼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즉각 내려지는 판매금지 조치는 독점 금지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해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Florian Mueller)는 개인 블로그에서 “한국이 프랜드 ‘불량국가(rogue state)’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외교적 파장을 점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이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삼성과 애플 사이의 관련 소송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는 삼성전자의 무선통신 표준특허를 인정하면서도 삼성의 프랜드 선언을 이유로 애플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지 않은 판결이 나왔다.

또 유럽연합(EU)은 삼성이 표준특허로 애플을 압박하는 것이 반독점 위반인지 지난해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판결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낙관론도 있다.

서울대 ‘기술과 법 센터’장인 정상조 법대 교수는 “삼성이 프랜드를 선언했다고 해도 애플이 라이선스를 맺지 않고 무단으로 특허를 쓰는 데 대해서는 판매금지를 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작은 스마트폰 하나에 엄청나게 많은 특허가 쓰이는데 그 중 일부를 침해했다고 제품 자체를 판매금지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삼성과 애플 양사 모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이 스마트폰 제조업체뿐 아니라 다른 국내 산업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국내 법원의 프랜드 관련 판결이 판례로 확정될 경우, 이를 근거로 해외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제품 생산·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하면 오히려 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 업체가 해외 기업의 표준특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신경섭 교수는 “이번 판결의 프랜드 부분이 그런 우려를 낳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정상조 교수 역시 “이번 판결이 국내 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표준특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이미 국내 업체의 특허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는 점을 들어 파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