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현장 진도엔 축구공 대신 둥근 달만…

세월호 현장 진도엔 축구공 대신 둥근 달만…

입력 2014-06-23 00:00
업데이트 2014-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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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체육관 TV에선 사고해역 영상 생중계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23일 오전 전국 길거리와 각 가정에서 시민들이 TV 중계화면을 지켜 응원에 열중하는 것과 달리 세월호 참사가 휩쓴 전남 진도는 ‘조용한 월드컵’을 치르고 있었다.
축구공 대신 사고해역 둥근 달만…
축구공 대신 사고해역 둥근 달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23일 오전 전국에서 응원객들이 TV중계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것과 달리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은 사고해역에 뜬 달을 비추는 영상화면이 은은한 불빛을 발하는 가운데 가족들이 지친 몸을 뉘여 잠을 청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월드컵 열기 등에 묻혀 세월호 참사 실종자와 희생자들이 점차 잊혀질까 걱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이 돌아오지 않은 12명의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전남 진도 체육관 내에는 축구 중계화면 대신 둥근 달이 은은한 빛을 발하는 사고해역 영상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가족들은 빈자리가 태반인 체육관 곳곳에서 지친 몸을 뉘었다.

몇몇 실종자 가족은 잠이 오지 않는 듯 스마트폰으로 월드컵 관련 수많은 뉴스 사이사이에서 세월호 관련 소식을 찾았다.

체육관 밖 대형 TV 화면 앞에는 밤을 지새우는 자원봉사자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경기에 열중했지만, 큰소리로 응원하는 이들은 없었다. 실내 근무자들도 노트북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조용히 성원했다.

팽목항도 마찬가지였다.

임시천막에 마련된 TV 앞에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몇몇만이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천막 안 간이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지만 요란한 응원 열기는 없었다.

일부 실종자 가족도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지만, 별로 흥미가 없는 듯했다. 가족 조립 주택도 불빛이 한 곳에서만 새어나올 뿐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월드컵 열기 등에 묻혀 세월호 참사 실종자와 희생자들이 점차 잊혀질까 걱정하는 듯했다.

패배의 아쉬움에 비할 바 없이 더 큰 아픔을 짊어진 진도 현지에서는 월드컵 이야기를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실종자 가족 어머니는 이날 지병 치료를 위해 헬기로 서울지역 병원으로 이송되는 실종자 아버지를 걱정하며 “더 수색작업이 길어지면 아버지들이 다 쓰러지시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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