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안 했는데 날아든 ‘적십자 지로통지서’…헌재 “합헌”

동의 안 했는데 날아든 ‘적십자 지로통지서’…헌재 “합헌”

김소희 기자
김소희 기자
입력 2023-03-03 12:01
업데이트 2023-03-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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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헌법재판소. 2023.2.9 홍윤기 기자
9일 오전 헌법재판소. 2023.2.9 홍윤기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를 보낼 수 있게 한 현행 법규에 문제가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대한적십자사조직법(적십자법) 시행령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회원 모집과 회비 모금, 기부금 영수증 발급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헌재는 현행 적십자법 8조 등이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기각·각하했다고 3일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만 25∼74세 세대주의 이름과 주소를 적십자사에 넘겨준다. 지난 2019년 기준 총 1766만 2388건이 제공됐고, 적십자사는 이 정보를 토대로 지로통지서를 발송한다.

A씨 등 세대주들은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 등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국가나 지자체가 적십자사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다. 법률로 정해야 할 내용들이 시행령으로 돼 있고, 법률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동의 없이 많은 정보가 전달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적십자법 8조의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한국이 제네바협약에 가입해 있어 적십자사 활동을 지원할 의무가 있고, 적십자사가 정부의 인도적 활동을 보조하거나 남북교류사업과 혈액사업 등을 수행한 것을 고려했을 때 정당하다는 것이다.

제공되는 정보 또한 목적과 범위가 한정돼 있다고 판단했다. 세대주의 이름·주소가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엄격한 보호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적십자법의 자료 제공 조항과 시행령 조항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회비 납부가 목적이라면 ‘주소’만으로 충분하다”며 “‘이름’까지 적십자사에 일괄 제공하는 것은 문제”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성명이 주소와 함께 제공되면 ‘누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돼 정보의 가치는 훨씬 커지고 개인정보가 악용·유출됐을 경우의 위험성도 함께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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